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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네팔 '민주화'는 네팔 '공산화'였다

by 김형효 2011. 7. 29.

 

 상그릴라(SHANGRI-LA)의 땅, 네팔에서(20)

 

세상 어느 나라나 정치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무관심하고 싶어하는 무관심 때문에 많은 폐단도 따른다. 지금 네팔은 정치적 무관심과 정치적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쟁패가 일반화된 양상이다. 

지난 24일 네팔에 많은 장관이 바뀌었다. 파당을 지어 맹활약하는 것으로 보이는 마오바디 정당의 지도자들은 2008년 왕정을 물리친 주체다. 그들은 2008년 이후 자신들의 논쟁속에서 끝없이 뉴스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수시로 많은 변화를 이끄는 것처럼 비춰지지만 사실은 제 자리 걸음이다. 한국 사람들이 이해하는 네팔과 실제 네팔은 너무 다른데 그 중 대표적인 하나가 정치 구조다.

네팔왕정이 폐지되던 2008년 어느 날, 왕궁 인근 거리에서

네팔의 민주화를 이야기할때 한국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과연 한국에 마오주의자들이 정치를 이끄는 핵심이 되었다면 그것을 민주화라 이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네팔의 민주화는 네팔이 공산주의화된 것이다. 한국 사람이 이해하는 민주화와 얼마나 커다란 차이가 있는가? 

네팔의 왕정이 폐지된 것을 두고 세상사람들은 민주화가 이루어졌다고 하는 것이다. 2008년 네팔 왕정 폐지의 일등공신들이 네팔 공산주의자들이다. 그리고 지금 그들이 네팔 정치의 중심이다. 

뉴스의 중심에서 큰 뉴스가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은 변화를 기대한다. 그러나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아니 바로 이런 모습이 내가 한국의 정치에서 경험한 것이 아니라 장담할 수 없다. 큰 뉴스거리에 사람들은 이목을 집중한다. 그러나 어쩌면 그런 눈길이 함정처럼 일반인들의 무지를 조장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매번 새로운 뉴스가 서로 다른 주제로 미디어를 장악하기 때문이다.

네팔 민주화를 이끌었던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인 비스누 니스투리와 함께(네팔 정부 청사 뒷길에서)

네팔사람들도 수많은 매스미디어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허약한 경제구조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집에서 사무실에서 뉴스를 접하고 있다. 여행자의 눈에도 그런 모습을 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많은 네팔사람들은 좌절하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사람은 삶을 포기할 수 없어 다시 체념의 끝에서 관심을 건져 올린다. 마치 생존을 위한 마지막 무기가 일상에 대한 관심인 것처럼 말이다. 

네팔 어린이들이 바누 벅타 어챠르야를 기리는 행사에서 합동 공연을 마친 후

얼마 전 한국어 능력시험이 끝났고, 지난번 한국어 능력시험에 통과한 사람이 있다. 한국에 가려다 한국 공항에서 퇴짜를 맞고 귀국한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어제 만났다. 그는 말했다. 한국이 나쁘단다. 그 나쁘다는 이유는 5년 전의 기록이 지금도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입으로 정치에 대해 비판할 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가 정치가에 대한 비판 혹은 비난을 할 때 무어라 해야 할까? 

짧은 시간 많은 네팔 사람들에게 기자는 말했다. 손가락질 마라! 한 손가락으로 타인을 비방하고 비난할 때, 나머지 네 손가락은 나를 비난하고 비판하고 있다. 누군가를 향해 질타할 때 혹은 손가락질 할 때, 분명 나머지 네 손가락이 나를 향하고 있다. 반복하고 반복해서 이야기 한다. 하지만 질리지 않은 진실이다. 네팔 사람들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비판과 비난에 익숙하다. 그러나 자신을 비추는 거울은 어디에도 없는 느낌이다. 

네팔 민주화가 한창 진행 중일때, 한국에 공급된 네팔 정치 잡지 표지다. 우리가 아는 네팔 민주화는 왕정을 폐지하는 일이었고 그 중심에는 공산주의자들이 있었다.

아마도 발전과정의 일인지도 모르겠으나, 보는 사람은 많이 답답하다. 그러나 알 수 없는 것은 고대 혹은 과거의 네팔 역사와 현재에도 다양한 철학과 역사적 현실을 직시하는 스승들이 없는 것도 없었던 것도 아니다. 나는 그들의 현실을 보며 안타깝지만 그들의 스승을 찾아 배우기를 희망하고 있다. 

역사는 미래를 향해 간다는 말을 믿는다. 그런 관점을 갖고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나는 그들에 대해 기대감을 잃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들과 같은 눈으로 바라보며 그들이 보는 관심과 그들이 지향하는 바를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불편하고 안타까운 정치적 과정을 보면서 한국의 과거를 비춰 보느라 노력하고 있다. 전혀 다른 현실, 전혀 다른 철학적 토대를 갖고 있지만 말이다.

언젠가 서로 다른 것이 만나는 그 지점을 바라보고자 한다. 그 지점에서 방향성을 잃지 않고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 안타까운 네팔의 현실을 직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