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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네팔 프로축구 역사 28년(?)

by 김형효 2011. 7. 29.

 

 상그릴라(SHANGRI-LA)의 땅, 네팔에서(18)

 

네팔에도 프로축구가 있다. 네팔과의 인연 8년째다. 그런데 이 사실을 얼마 전 알았다. 그것도 한 호텔 로비에서 몸을 풀고 있던 한국인 축구선수 권혁진(창원 FC, 24세)을 통해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지금은 대만 국가대표 감독으로 내정된 前 대전 시티즌 이태호 감독이 네팔의 한 프로구단의 감독을 맡은 바 있었다고 한다. 

권혁진 선수도 이태화 감독과 인연이 있는 창원 FC 감독의 추천으로 네팔의 프로축구팀인 마낭 팀에서 6게임을 뛰었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 16일 결승전이 열렸다. 마낭팀은 결승전에서 경찰팀과 경기를 펼친다고 했다. 그 소식을 듣게 된 기자는 궁금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해서 축구장을 찾았다. 

경기가 시작되기 2시간 전부터 축구장 앞은 붐비기 시작했다. 축구장 앞의 네팔무역센타에는 각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오가며 차를 마시기도 하였다. 

기자는 마낭 구단 관계자가 준비해준 티켓을 받아들고 입장했다. 스텐드 맨 앞쪽에 앉아서 구경하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바로 아래가 한 팀의 벤취가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군데 군데 무장한 경찰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많은 관중들 틈에서 유별나게 눈에 띠어서 그런지 30% 정도는 경찰들로 보였다. 생각보다 많은 관중들 틈에서 마낭팀의 경기를 기다렸다.

마낭팀과 경찰팀이 경기에 앞서 중앙선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마낭팀의 30번 선수가 첫골이자 결승골을 넣었다.

기자가 자리를 잡은 시간은 준결승전을 벌이는 파턴팀과 쿠본돌팀이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전을 남겨두고 있었다. 카트만두 인근의 작은 도시에 연고를 둔 두 팀의 경기는 루즈한 느낌이 들었다. 선수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진흙밭 같은 안 좋은 경기장이 경기를 지루하게 만든다는 느낌이었다. 과거 한국의 축구경기를 볼 때 해설자가 운동장 사정을 얘기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전반전을 보지 않았고 전광판이 돌아가지 않아서 경기가 끝났지만 결과를 알 수 없었다.

곧 마낭팀과 경찰팀이 경기를 시작했다. 가끔씩 웅성거리는 관중들이 있었고 그때마다 경찰들이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운동장 주변에 배치된 경찰들이 급작스레 움직이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전반전이 끝나갈 무렵 마낭팀의 30번 선수가 한골을 넣었다. 그리고 그대로 경기를 지배하며 승리했다. 가끔씩 관중들이 스탠드에서 노래하며 즐기는 시간이면 경찰들은 긴장하며 출동 준비에 들어갔다. 경기보다 더 스릴있는 모습이 경찰들의 반응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중들은 경기에 집중했다. 이방인의 눈길이 경찰들에게 쏠린 것이다. 한국의 야구장이나 축구장에서처럼 가족단위의 관중, 연인들 다양한 관중들이 있었다. 상인들이 만두를 팔기도 하고 로띠라는 밀가루 빵을 팔기도 했다. 사실 후반 종료 20분전쯤 권혁진 선수가 몸을 풀고 있었다. 

 

기자는 그의 출전을 내심 기다렸다. 그러나 그때부터 마낭팀이 지속적으로 공격을 주도해나갔다. 마낭팀의 입장에서 굳이 선수를 교체할 이유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의 활약을 보는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골을 넣고 골세레머니를 펼치는 모습은 어느 프로축구 선수 못지않았다. 흑인 선수가 카메룬의 밤부 선수다 그는 수비선수였지만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네팔의 주요 일간지인 고르카뻐뜨리까르에 실린 권혁진(24세, 창원FC소속)선수다. 사진 오른쪽 위, 해당 란에는 마라도나와 한국의 태권도 시범단의 기사도 함께 실렸다.

네팔에는 1983년 프로축구가 생겼다고 한다. 기자는 깜짝 놀랐다. 한국에 프로야구가 시작된 시기와 비슷하지 않은가? 

프로구단도 18개 팀이나 된다고 했다. 열악한 경제사정과 축구 불모지처럼 느껴지는 네팔에 이런 축구열기가 있다니......, 과거 타멜 인근의 공터에서 나이지라아 선수들이 몸을 풀며 운동을 하던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마낭팀에는 2개월 임대선수로 활약하는 밤부라는 카메룬 선수도 있었다. 그는 20세의 청년인이다. 기자는 마낭팀을 후원하는 로얄 신기 호텔 식당에서 그를 만났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권혁진 선수도 카메룬 출신 밤부 선수와 비슷한 조건인 듯하다. 두 선수 모두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는 9월에 다시 네팔에 올 것이라고 한다. 기자는 권혁진 선수에게 기(氣)를 돋워준다는 의미로 인터뷰를 주선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네팔의 한 언론사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때마침 마낭팀이 우승을 하였기에 좋은 기사거리도 되는 것이었다. 그는 곧 스포츠담당 편집자를 소개해 주었다.

네팔의 일간 고르카빠뜨라라는 정부기관지(우리네 서울신문) 스포츠 기자와 권혁진 선수를 함께 만났다. 기자가 통역을 맡아 인터뷰를 진행했고, 지난 21일자 네팔의 일간지 스포츠면에 소개되었다. 그가 한국축구선수로서 자부심을 갖고 보다 발전적인 미래를 열어가기를 바란다. 더불어 한국의 축구발전 혹은 한국을 알리는 자리에서 보람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