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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여행은 공부하고 배우는 시간이다

by 김형효 2011. 10. 10.

 

상그릴라(SHANGRI-LA)의 땅, 네팔에서(34)

 

탄성과 놀라움으로 이어지는 여행은 공부하는 시간이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 경이와 감탄이 이어지는 배움은 잊혀지지 않는 공부다. 찾아들고 스며드는 배움이다. 기자와 두 사람의 또 다른 지성이 경이로움과 감탄으로 가득한 길을 걸었다. 벅터푸르에는 아직 어둠이 찾아올 시간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감탄과 경이에 젖어있는 우리에게 빗방울이 몰아쳤다.

벅터푸르의 수많은 조형물들에는 빈 공간을 허용하지 않고 수많은 상징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지난 기사에서도 네팔을 여행하려면 6월부터 8월만 피하라고 전한 바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국사람들은 대부분 여름휴가를 쓴다. 이번에 여행을 온 두 분도 마찬가지로 여름휴가를 쓴 것이다. 네팔의 몬순(장마철)의 끄트머리가 8월이다. 멀리서 구름이 몰려오는 것을 본 성백선(신한은행 지점장)님이 비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비가 내린다. 불과 하루를 여행하고도 네팔의 하늘이 얼마나 정직한지 일기를 예측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것이다.

하늘을 떠도는 구름을 보고 바람을 느끼며 햇빛을 살피며 일기예보를 해내는 것이다. 마치 어린 시절 동네 어른들이 허리가 절려, 아니 바람이 부는 방향을 보니 비가 올 것 같아, 그리고 날씨에 대해 예측하며 소꿉장난이라도 하듯이 우김질을 하던 모습이 연상되었다. 그때 어른들은 대부분의 날씨를 방송이나 신문을 보지 않고도 알아맞히고는 했다. 아마도 사람과 자연이 서로를 존중하던 시절이었던가 싶다.

네팔 벅터푸르 현지의 아이들이 고대왕국이었던 벅터푸르의 코끼리 조형물에서 둘러앉아 놀고 있다.

벅터푸르를 떠나는 것은 고대왕국에 머물다 현대로 공간 이동을 하는 느낌을 준다. 현대와 고대 그리고 현대로 순간적으로 공간 이동을 하는 체험이다. 벅터푸르의 아치형 게이트를 나서거나 건물 벽과 벽 사이를 빠져나오는 일이 공간 이동의 순간이다. 놀라움에 머물지 않고 또 다른 명소를 찾아 길을 나섰다.

그곳은 장구나라얀(Janggu narayan)이라는 곳이다. 장구나라얀은 가느란 빗줄기가 모여 흐르는 강물이 만나는 곳이라는 티벳어에서 유래했다고 했다. 네팔의 많은 곳에서 물을 중요시 한 점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과거에나 현재에나 물이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인 듯하다.

비를 피하듯 벅터푸르를 빠져나와 장구나라얀을 향했다. 비가 우리의 뒤꽁무니를 쫓아오는 형국으로 비가 몰려왔다. 구름이 몰려오는 곳을 피해 달아나듯 했지만, 결국은 장구나라얀에 도착하자마자 장대비가 쏟아졌다. 네팔인들이 중요한 곳으로 꼽는 관광지이고 명소로 알려진 곳을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은 컸다. 하지만, 비를 피해 들어간 찻집에서 한국인을 반겨주는 네팔인들을 만날 수 있어 또 다른 여행의 즐거움을 나눴다.

많은 관광객들은 쉴새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놀라움과 탄성을 멈추지 않게 하는 벅터푸르의 조형물들이다.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던 네팔인들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들은 여느 네팔인들처럼 한국에 대해 그리고 한국인에 대해 호의를 갖고 있었다. 두 사람을 안내한 기자에게는 네팔인처럼 대하며 비싸지 않은 찻값을 거절했다. 우리가 이해하는 네팔인들의 궁핍과 어려움 속에서 그들이 베푸는 작은 호의는 참으로 큰 마음을 나누는 것처럼 느껴졌다. 찻집에서 차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거침없이 쏟아지는 비를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 없었다.

여행지의 첫 밤을 보낸 일행에게 두 번째 날 밤은 네팔의 상징인 히말라야를 선물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첫 밤은 처음 여행하는 나라의 수도에서 그리고 그 다음날은 히말라야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곳을 숙소로 정한 것이다. 네팔을 안다는 기자를 찾아온 일행에게 효과적이고 철저한 그리고 즐거운 여행을 준비해야한다는 사명감으로 계획한 것이다. 카트만두에서 2시간 거리에 나가라곳(Nagargot, 해발 1932m)에는 저물녘의 여운이 깊은 시간에 도착했다.

멀리 비가 쏟아지고 있고 가까이 다가오는 비를 맞이할 결의를 다지듯 맑고 밝은 마을이다.

사실 장구나라얀을 살펴보지 못한 아쉬움보다 나가라곳에서 바라볼 아침 히말라야 모습에 대한 기대가 컸다. 벅찬 둘째 날의 일정에 다소 지친 모습을 보인 일행이 일찍 잠을 청했다. 다음 날 히말이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잠에서 깨야하는 이유도 있었다. 그리고 히말보다 멋진 계곡의 구름강에 눈길을 뺏긴 아침이 밝았다.

*'히말'의 본 뜻: 눈의 거처, 신의 거처라는 의미를 갖는다. 네팔에서는 눈이 쌓인 산만을 히말이라하고 보통의 산은 히말이 아니다. 히말라야에서 '라야'는 줄기, 맥이다. 그러니 히말라야는 히말줄기, 히말맥이다. 그러니 히말라야산맥은 역전앞과 같은 잘못된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