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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벅터푸르 고대왕국에서 아랍인을 닮은 불상을 보다

by 김형효 2011. 10. 10.

 

상그릴라(SHANGRI-LA)의 땅, 네팔에서(33)

 

벅터푸르(Bhatapur)를 찾았다. 나는 그곳에서 네팔말솜씨를 자랑하며 15달러나 되는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되었다. 대신 벅터푸르에 대한 이야기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굳이 부탁을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이다. 불교인들이나 일반인들이 불교와 아랍을 연관지어 생각하는 일은 별로 없다. 기자는 벅터푸르에서 아랍인의 초상과도 같은 불상들을 보았다. 그리고 코끼리가 등장하고 아랍인이 코끼리 등에 올라탄 모습도 보았다.

몇 해 전 도올 김용옥 선생의 강의에서 처음 들었던 희랍인들이 부처를 이해하면서 자신들의 모습을 닮은 불상을 처음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정말이구나! 듣고 본 일이면서도 참 기막힌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듣고도 믿기 힘들었던 일이면서 전혀 들어본 적도 없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일처럼 느껴졌다. 과거 벅터푸르를 이끌었던 사람들이 놀라운 문명을 이루었던 사람들일 것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지는 순간이다. 이는 벅터푸르를 관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놀라워할 만한 사실이다.

수많은 이야기를 닮은 돌조각상이다. 이는 고대왕국 벅터푸르의 문화 혹은 문명의 위대함을 보게 한다.
네팔의 학생들이 역사를 찾아왔다. 그들의 밝은 모습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기자는 벌써 네 차례를 찾는다. 그럼에도 그 놀라움은 볼 때마다 매한가지다. 특히 조각상은 시대를 반영하는 작품이라고 할 때 그들의 비밀 혹은 그들의 역사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일이라 생각되어 더욱 네팔인들의 현실을 투영하고 바라보게 된다.


그들의 현재 모습 즉 그들의 가난만으로 그들을 내려다보아서는 안되리라는 확신이 선다. 그들도 오랜 과거에는 나름의 문명적인 토대를 이루어왔다. 그런 전통들이 우리의 문화예술 전반에도 영향을 미쳐왔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기자는 그들이 이루어온 각종 문화적인 것들은 현재의 동양사회에서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창조라는 이름으로 차용하고 있음을 보았다. 그러나 효과 혹은 실용적인 면에서 그들에 것을 동양 사회 혹은 경제적 부흥을 이룬 서구 사회가 압도하고 있다.

어쩌면 이런 현상적인 이해가 결여된 상태로 보면 네팔은 그저 가난하고 미개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과 역사적 실재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그들에 것이 여전히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새롭게 구성되고 보여진다 해도 그들의 토대를 벗어난 실제가 될 수는 없다.

수많은 낯설은 이야기 혹은 전설이 스며들어 있을 것만 같다.
아랍 상인을 연상하게 되는 불상 중의 하나다.

처음 벅터푸르를 찾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온 두 사람의 일행이다. 지금 기자의 사색과 그들의 사색의 결은 다를 수밖에 없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눈과 보고 또 보며 그 새로움을 반추하고 해석하는 눈은 다르다. 하지만 동 시대를 살고 동일한 문화를 누리며 살아온 사람으로서 새로운 문화, 처음 본 오래된 문명에 대한 관심은 호기심이 바탕을 이룬다. 그럼으로 함께 놀라고 그 놀라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와! 정말 대단하네. 이 사람들도 만만한 세상을 살아온 게 아니네.” 두 사람의 여행자가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그 어떤 가난한 나라 사람들도 따지고 보면 과거를 어설프게 살아온 문명도 없다. 지구상에 많은 문명이 흥망성쇠의 길을 가고 온다. 그 자리에 우리의 문명도 스치는 바람결일 수 있다. 현재의 토대 그리고 과거의 문명적인 것들을 그래서 더욱 잘 가꾸고 보존, 보전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도 한국을 떠나 외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한 번 쯤 생각해 보았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