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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상그릴라(SHANGRI-LA)의 땅, 네팔에서(31)

by 김형효 2011. 10. 10.

 

불상과 불상끼리 선문답을 주고 받는 파턴?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만 같은 불교 유적의 조각품이다. 인간은 수수께끼를 풀듯 풀어갈 것들이다.
인간이 생과 사를 사색하는 시간은 길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살면서 수시로 사색을 멈출 수 없게 하는 문제이다. 그것은 우리가 삶의 매 순간을 함께하는 일이다. 위기를 느끼거나 긴장을 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질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시간 우리는 그 질문의 끝에서 멈추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산사를 찾거나 명상을 한다. 어떤 사람은 교회를 찾거나 성당을 찾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삶을 정리하는 극단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정답은 없다는 생각이다. 다만 끊임없이 살아보면 정답은 아니라도 정답에 가까이 다가갈 수는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것은 거칠고 버거운 일상을 이겨낸 사람만이 얻어낼 수 있는 충만한 영혼의 소유자로 커가는 일이다.

코끼리 상에 올라탄 불상이다.

우리는 남은 질문을 두고 파턴(Patan)을 찾았다. 파턴에는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그들의 축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시바의 축제에 이어 4월 마지막 날 월요일의 축제도 멀지 않았다. 조용한 불교 유적지인 파턴은 대부분의 네팔에 사원과는 다르다. 다른 지역보다 조금 더 명상적이고 조금 더 조용한 느낌이다.

기도하는 눈길을 마주칠 때도 기도하는 사람들을 볼 때도 다른 지역보다 조금은 더 투명한 사색이 보이는 곳이다. 대부분의 힌두 사원이나 힌두교 의식에는 붉은 빛이 감도는 기원의식이 거행되기 때문에 붉은 색채를 띤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파턴은 조금 은은한 느낌에 차분히 앉아서 사색을 즐길만한 곳이다. 여행 중의 피로를 풀기라도 할거라면 그늘진 곳을 찾아 앉아서 쉬어가면 좋을 것이다. 멈추는 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곳에서는 골목골목을 구비돌며 즐기는 여행을 권해본다.

한 상인이 불상이 선문답이라도 주고받는 듯한 느낌을 주는 상품들 속에서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벅터푸르에 도착한 일행이 입구에 성소인 나무 근처에서 한 소녀와 기도하는 어머니를 만났다.

장편소설을 읽어가듯 한 장 한 장의 책갈피를 넘겨간다는 기분으로 골목을 순회하고 나면 부처님을 만나고 나온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사방이 불상과 불상끼리 선문답을 주고 받는 것 같기도 하고 서로가 의지한 불상을 보는 기분도 느낄 수 있다. 마치 지친 인간들이 신과 신이 만나는 모습을 대하는 것처럼 말이다.

파턴은 잠들어도 잠들지 않은 것처럼, 슬퍼도 슬픔을 잃은 것처럼, 기뻐도 기쁨을 모르는 것처럼 그렇게 은근한 곳이다. 우리가 그런 감정세계에 몰입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경지를 느낄 수 있다면 그도 행복이라는 생각이다.

우리는 멈춘 가운데 서성이고 서성이는 가운데 맹목적으로 달려야 하는 숙명을 간직한 사람처럼 사나운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할 일이란 생각을 난 파턴에서 해보았다. 그만큼 불상으로 가득한 골목은 경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