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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상그릴라(SHANG RI-LA)의 땅, 네팔에서(47)

by 김형효 2012. 12. 29.

소형비행기로 히말라야를 넘다

 

포카라는 이제 내게 익숙한 곳이다. 여섯 번째 찾았다. 몇몇 가까이 지내는 네팔인 친구도 있다. 사실상 네팔 제2도시로 알려진 포카라는 비교적 젊은 도시다. 다른 네팔 도시들과 달리 젊은이들이 비교적 오래 머물기를 원하는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특히 페와 호수 주변 거리에는 낭만이 넘쳐난다.

한적하게 이국적 분위기에 젖어 호수를 바라보며 산책을 하기에도 좋다. 댄스홀과 맥주 바도 많다. 외국의 젊은이들과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누고 춤을 출 수도 있는 곳이다.
한번쯤 댄스홀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가지 못했다. 세월이 흘렀다. 40세 때와 47세가 된 지금은 몇 년 사이지만, 벽이 놓인 것처럼 더 많은 세월의 무게로 이제는 그런 엄두를 내기가 더 어렵다. 때를 놓치면 못가는 것 참 아쉽고 아쉬워 마음이 섰을 때 행하라는 말을 깊이 새기게 된다.

우리는 깊은 밤도 아닌데 하루 동안 넘치게 많은 것을 본 기쁨으로 숙면을 취했다.
다음날 아침도 바쁘게 일어나 찌아 한잔 마실 여유도 없이 곧 포카라 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 탑승 시간은 오전 6시 30분이었다. 그러나 날씨 사정으로 비행기 출발시간이 지연되었다.
지난 2006년에도 비행기를 타려고 항공권을 예매했었다. 당시에도 날씨 사정으로 비행기가 뜨지 않는 사실을 전날 알았다. 곧 항공권을 환불하고 택시를 대절해서 포카라에 일출을 볼 수 있는 사랑곳이라는 곳을 들렸다. 그리고 트레킹이 가능한 나야뿔이라는 곳으로 코스를 바꾸었다.

포카라에는 많은여행객들로 항상 설레는 분위기다. 언제나 네팔에서 가장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도시이지만, 문화적 전통이 깊이 배어 그것을 눈치채기가 쉽지 않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히말라야 아래 산 마을이다.



그때처럼 이번에도 비행기가 뜨지 않는 것은 아닌가? 불안해하면서도 찌아를 마실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생각도 했다. 전날 포카라 비자하우스를 운영하는 비제야 구릉의 가게에서 산 빵과 공항에서 따뜻한 찌아를 주문해서 아침 식사를 대신할 수 있었다.
멀리 아스라이 비춰지는 안나푸르나 히말 봉우리를 보며 마시는 네팔 전통 차 맛은 일품이었다. 아침 허기를 채우기 좋은 수단이다. 시간이 좀 지체되어 안타까움을 더 한다. 그렇게 30분이 지났다.

공항 방송이 나오더니 곧 가이드와 공항 직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 출발하는 것으로 알고 안내를 따라 움직였으나 출발을 위한 간단한 수속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곳에서 다시 20분 정도 지체를 한 것 같다.
두 사람의 한국인 여대생을 만났다. 네팔을 처음 찾아다는 그들에게 간단한 안내를 곁들여주었다. 당초 6시 30분대에 출발하려던 몇몇 민간 항공사 소형 비행기들이 출발하기 시작한다. 앞서 예띠항공사 비행기가 뜨고 그 다음 우리가 타려는 비행기다. 먼저 두 여대생은 예티항공사 비행기로 출발했다.

포카라에서 처음 이용하는 소형비행기다. 찰나에 솟구쳐 오른 비행기가 곧 히말 협곡으로 들어선다. 왼쪽도 오른쪽도 높은 산에 옹기종기 집들이 있다. 협곡을 따라 위, 아래로 계단식 논밭이 놀라운 조각품을 보는 듯하다. 곧 히말이 눈에 들어온다. 안나푸르나, 다시 마차푸차례(마차:물고기, 푸차례:꼬리)히말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 다울라기리도 8000미터가 넘는 봉우리를 드러내놓고 풍채 좋은 사람처럼 협곡을 바람처럼 흐르듯 날아가는 소형비행기를 바라보고 있다.

포카라에서는 네팔 예술대학생이며 미술교사인 람 타다(Ram thada, 화가, 27세)와 함께 했다. 람 타다도 한국에서 온 일행도 기자도 모두 첫 비행이다. 벅차고 즐겁다.
낯설음과 대자연의 경이가 인간에게 주는 것들은 참 많다. 다만 인간이 그 사실을 망각하고 그 경이로운 자연을 존귀히 아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히말과 히말 사이, 산과 산 사이를 가로지른 비행기가 좀솜 공항에 내려앉는 데는 불과 45분 정도가 걸렸다.

조각산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끝없이 주름이 펼쳐지듯 펼쳐진 히말줄기아래 산이다.


 

히말을 자르기라도 할 것 같은 기자가 탄 소형 비행기의 날개가 스쳐간다.



인간은 인간이 원하는 길을 가기 위해 이렇게 대자연의 벽을 넘는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의 사색의 여지를 앗아가기도 한다. 일주일을 걸어오는 거리를 45분에 도착했다. 45분의 사색과 일주일의 사색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우리가 보고 느끼고 영위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은 사라지고 없다.
사람들은 그 45분을 투자해서 일주일이란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꼭 그것을 소득으로만 여길 수 있을까? 우리는 그런 시간이 아니라도 평소 얼마든지 아낄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공항에 도착해서 다시 간단한 수속을 밟았다. 우리는 그 길로 안나푸르나 국립공원 입장을 위한 관리사무소에서 여행을 위해 발급받은 팀스 카드와 입장권, 그리고 여권을 제출하고 공식적으로 안나푸르나 국립공원에 입장했다.
사실 팀스 카드와 입장료를 합하면 5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만만한 입장료는 아니다. 히말이 네팔인들에게 가져다주는 부(富)는 대단한 것이다. 그런데 히말라야를 보기 위해 네팔을 찾는 관광객들에 대한 네팔 정부의 도움은 별 기대할 것이 없다.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일이다.

우리는 곧 트레킹을 시작했다. 공항에서의 간단한 간식을 먹은 걸로 족하고 걷는 것이다. 일행의 들뜬 마음도 발걸음을 재촉했을까? 그렇게 1시간을 걸었다. 물을 마시기 위해 머물렀던 게스트 하우스에서 그냥 아침 식사를 하기로 했다. 티벳인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인데 쉬어가기 좋은 곳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아침 식사를 주문하고 세수도 하고 물도 마시며 여유 있는 휴식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