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체감한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기도 하다.
살아있음을 느끼지 못하고 흘러가는 일상은 가혹한 날이다.
일상을 체감한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실존과 생존의 기억의 톱니바퀴를 함께 굴리고 있는 것과 같다.
그런 점에서 나의 일상 스케치는 즐거운 비명이다.
지난 17일 대학로를 찾았다.
길을 가다가 낙엽의 죽음을 보고 흥분을 절제하기 어려웠다.
찬란한 주검을 밟고 길을 가다 세월이 흘러가고 있다고 느꼈다.
올 한 해가 가고 있구나!
시작과 끝은 다시 공허와 맞닿아 나를 푸르르게 할 것이다.
주검을 딛고 살아나는 생명처럼 나에게도 새 날이 아직은 많이 있으니까 말이다.
대학로 근처의 초등학교 교정에서 아이들이 사이좋게 놀고 있다.
어른들도 저처럼 사이좋게 놀았으면 좋겠다.
선거가 임박하고 있다.
남과 북이 가까워지고 있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긴장감이 멀어져갈 때 그때가 평화를 느낄 수 있는 때다.
요즘 군대에서는 선임병과 후임병이 존댓말을 한다고 한다.
나는 그것을 전쟁과 멀어지는 우리 민족의 현실과 연결지어 본다.
저 아이처럼 해맑게 그네를 띄우며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팔 잘린 은행나무가 여전히 남은 생명과 그 희열로 노란 은행잎으로 찬란하다.
가지를 뻗었다고 인간은 그의 팔을 잘랐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우리에게 노란 은행잎의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희생을 무릅쓰고 의연히 바쳐지는 아름다운 자태다.
저처럼 우리 사회에는 자기 희생의 감수를 통해 세상을 밝히는 이들이 있다.
연말이 가까워 오고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놀고 마시는 술잔 속에도 사명이 있다고 믿는다.
내일을 밝히는 술, 눈을 밝히는 술, 피곤을 잠재우는 술,
긴장을 해소하는 술이 되었으면 한다.
연말연시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신다.
평소보다 조금 더......, 이제 그 술잔이 평화로운 술잔이길 기대해 본다.
낙엽이 무덤을 짓고 있다.
꽃밭에 자신의 주검을 내려놓고 긴 한 숨이라도 쉬고 있는 걸까?
차근 차근 그 잎들의 표정을 살핀다.
마치 뒤척임이 있는 잎도 보이고
꼿꼿이 서서 다시 한 생을 이어가보고 싶다고 몸부림치는 잎도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잠잠한 잎들, 그렇게 묻혀가는 세월 속에서 아무 말 없이 사라져가는
우리네 사람들의 주검도 있으리라.
평생을 살다가 의인을 길을 나섰던 권중희 선생께서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김구 선생 암살배후를 밝히시겠다고 삶을 오직 그 길에 맡기신 분이시다.
이 시대에도 숨은 나서서 자랑삼으려 하지 않는 의인들이 많다.
참 다행이다. 그런 격정들이 모여 아픈 세상을 치유하는 것이겠거니 생각하니
속에서 뜨거운 것이 스멀거리며 가슴을 친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
저 낙엽들 속에 한 잎처럼 가셨겠지만,
그 중 아름다운 잎새처럼 찬란한 님이시여!
언젠가 바라볼 기회가 있어 보았던 눈빛이 아직도 선연합니다.
근조!
자기 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
아무도 바라보아주지 않지만,
자신의 삶의 신명에 자신을 바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결코 자신이 외로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행복을 아는 사람은 세상에 많지 않다.
담아<談阿>라는 궁중요리 전문점을 운영하시는 향연가!
음식을 통해 세상에 향기로움을 불어넣어주시는 고아한 성품의 아름다움을 지니신 분,
세상에는 이런 분들이 있으니 거친 언덕도 너끈하고 부드럽게 넘어설 수 있게 하는 것이리라.
전통과 현대는 전쟁중인가? 아니면 투정중인가?
전통의 투정인가? 현대의 잘난 체인가?
같은 장소를 소개하는 안내판이다.
나는 아련한 그리움이 묻어있는 전통적 예가의 모습이 너무나 좋다.
멍청한 현대인의 고집인지도 모르지만,
어쩌랴! 내 눈에 피로감을 주지않고 아랫목에 훈기가 보일 것 같은
저 그리움이 가득한 예가의 모습이 좋은 것을......,
길을 가다가 무심코 찍은 것은 아니다.
좋아서 나는 예가를 선택했고 다시 더꽃을 선택했다.
아마도 <THE 꽃>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저 부정확한 언어의 결합이 보여주는 예술적으로 보이는 조형미
나는 그 부정확한 조화에도 반했다.
멍청하게 길을 걷는 나그네의 사색은 무죄다.
혹여 딴지를 걸고 싶으시다면 용서하시라.
<나그네의 사색은 무죄>이니까?
엄마나 고모나 이모와 함께 마로니에 공원에 산책을 온 아이가 비둘기 모이를 주고 있다.
누군가는 이 모습을 보면 알레르기가 어떻고 호흡기 질환이 어떻고 말들이 많다.
하지만, 어린이와 새, 어린이와 동물, 어린이와 그 또 다른 것들은 조화롭다.
그렇다면 어린이의 일탈은 무죄이런가?
하하! 허허실실로 웃어 넘겨도 좋은 어린이의 일탈이라고 해두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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