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향에 바다는 바다는 언제나 지는 해만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고 타오르는 내일의 기억을 잊어버린 것은 아니다.
알고 있으면서도 마치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항상, 지는 해의 기억만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지는 해만 바라보는 고향 바다!
그 고향 바다의 기억으로 저무는 해는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마지막 정열을 보여준다.
그 고향바다는 상처로 얼룩이 배긴 사람들을 향하여 마지막 순정을 다한 열정을 보여준다.
나도 그처럼 살고 싶다.
기억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랜 동안 바라보지 못한 고향바다!
이제 그 고향바다를 사색할 나이가 되어서
먼 여행을 준비한다.
낯선 이방의 나라인 우크라이나로 떠나기 전이다.
전설의 바다!
저 바윗돌이 그 전설을 붙들고 있다.
내가 철부지 어린 아이일 때
전설따라 삼천리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었다.
바다의 수위가 저 바윗돌을 넘어서면 수해가 일어
한 해 흉년이 들고 삶이 어려워진다는 전설을 붙들고 있는 바다가
어린 철부지 아이가 불혹을 넘긴 지금까지
그 전설을 붙들고 앉아 있다.
세월은 흐르고 흘렀건마는
여전히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직도 무언가 전할 말이 있는 냥으로......,
2년전 어느날,
전남 신안의 점암에서부터 울산까지 1000리를 걸은 적이 있다.
그때 카메라에 담은 고향바다!
아직도 그 바다는 안녕하다.
내가 돌아올 어느 날에도 저처럼 안녕하기를,
모든 사랑있는 것들은 어쩌면 죽어가기 위해 생존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저 로드킬 일보 직전의 생면부지의 도마뱀도 죽어가고 있다.
자신의 일상을 기어 오른 날들을 회상하며 살아가는 순간이지만,
언젠가,
죽음을 기억하며 살아갈 날도 있겠지.
세상을 안고 사는 바다처럼 나는 바다의 안녕과 함께 내일을 향해 한 걸음 옮겨 딛고자 한다.
중얼거림, 중얼거림의 속수무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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