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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구/이런 저런 사진 이야기

푸쉬킨 거리를 걸었다.

by 김형효 2009. 5. 20.

오늘은 1시쯤 출근을 하기 위해 평소처럼 버스를 타고 갔다.

나는 소비에츠카라는 거리에서 내려 곧 푸쉬킨카를 걷게 되었다.

프린트 토너 리필잉크를 사기 위해 규모있는 컴퓨터 가게이며 부품을 파는 곳을 찾았다.

그러나 리필 잉크는 없고 잉크값은 너무 비싸서 다음에 오겠다고 말하고

레닌가와 만나는 소비에츠카 그리고 푸쉬킨카를 지나 니꼴라이브스카야 거리를 걸어 학교에 도착했다.

 

20여분 걷는 거리지만 마치 정글을 걷는 기분이다.

길가에 드문드문 아카시아 꽃이 보인다.

한국의 아카시아꽃처럼 흐드러지 느낌을 주지는 못했다.

꽃은 무수히 피었지만 꽃알이 작아 그렇게 흐드러진 느낌은 주지 못하는 것 같다.

사진을 찍을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지나쳤다.

 

학교에 도착했더니 학교 정문이 닫혔다.

후문으로 갔더니 이번에는 경찰이 진입을 막는다.

무슨 일이 난 것인가?

나는 상황을 알 수 없어 나탈리아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신호도 안 가고 바로 끊겼다.

다음은 조교 알라에게 걸었다.

 

받지 않았다.

재차 걸었을 때 알라는 오늘은 출입이 안된다고 했다.

왜인가? 매우 궁금하게 묻고 답을 기다리는 시간이 잠깐인데 매우 길게 느껴졌다.

오늘은 학교에 시험이 있어서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다고 했다.

놀랍다.

평상시에는 학생들의 자유분방함에 놀라는 데

이 시험보는 날, 대체 무슨 시험을 보길래

이렇게 삼엄하게 경찰까지 불러 경비를 보고 하는지?

 

그래서 평소와 달리 오늘은 남강이라는 강을 보러 갔다.

그 강을 따라 길을 걷는데 참 마음이 편하고 좋았다.

정말 아름다운 강이란 느낌이다.

저 멀리 강변에 백사장이 보인다.

정말 아름답다.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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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도 사색의 강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잠시 후 강변 길을 벗어나서 얼마 전 버스를 탄 적이 있는 곳에 작은 공원이 있었다.

그때는 다른 방향이라서 보지 못했던 푸쉬킨의 좌상이 있었다.

너무 반가웠다.

마치 그곳에 어려이는 눈맑은 청년이 있었다.

그는 푸쉬킨의 좌상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마치 전형적인 문학 청년으로 순수한 얼굴이었다.

나는 그에게 푸쉬킨이 맞느냐고 물은 뒤 앞뒤 가리지 않고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알고 묻는 질문에 이어 그에게 촬영까지 부탁하고 폼을 잡았다.

기분이 좋다.

그에게도 한 장 찍어주겠다고 하고 자리를 잡아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와 대화를 나누며 전화번호도 받고 이메일도 받았다.

ДИМА라고 했다.

 

새로운 친구를 만들 생각이다.

물론 지나고 보면 알 일이다.

그러나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사귄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기도 하지만,

때로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나는 그의 순수한 얼굴과 맑은 눈빛을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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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을 걸어 푸쉬킨카로 접어 들었다.

길에 접어들기 전 시청사 앞의 레닌을 보았다.

 

참 아름다운 나라, 좋은 나라를 만들었소.

시대가 변해서 당신의 가치를 부정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낯선 이방인 발전된 나라 사람이라고 온 나지만,

당신이 만들어 놓은 이 나라의 현재는 우리네 보다 훨씬 발전된 나라요.

나는 속말을 하였다.

 

거리에 음악이 흐르고

극장 밖은 정원같은 커피숍이 있고

가로수는 우거져 숲길을 걷는 듯하고

거기 새가 날고 아이들이 뛰어놀고

차가 다니지 않는 사람의 거리......,

그리고 거리의 화상들이 이야기를 주고 받는 곳......,

젊음의 활기가 넘치지만 늙은 이를 외면하지 않는 거리......,

길가의 점포와 사람 그리고 건물까지

서로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만 같은 조화로움.......,

 

나는 순간 속으로

"정치는 폭력"이라고 자문자답을 했다.

그래 맞아! 정치는 폭력의 다른 말이다.

문화와 예술을 심어 놓은

저 사회주의 리더 레닌이 어찌 폭력주의자라 하겠는가?

물론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다.

반대자들에게 정치적으로 가혹한 폭력을 행사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지금 보는 것은 그가 이루어놓은 과거만 있다.

현재의 것은 지난 과거의 것을 누리고 있을 뿐이다.

이런 나라에서 이것을 누리는 사람들은 바로 서민과 국민들이다.

그리고 정치의 폭력과 달리 문화 예술의 가치가 인정되는

달리말해 평화와 사랑이 넘치는 문화 예술의 거리를 나는 걷고 있으니 말이다. 

 

아마 그것을 조금은 알 것 같은 흔적이

막심 고리끼의 <어머니>라는 책에 쓴 레닌의 표지글에 있는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