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처럼 함께하는 예빠토리야 소수민족들
예빠토리야에서 태어나고 살아온 아르메니아 민족, 시인 알렉산드라씨가 필자에게 자신의 시를 한글로 번역해달라고 청을 해왔다.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니 불가능한 일이다. 그는 러시아어와 아르메니아어,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할 줄 알지만, 일부러 자신의 시를 영어로 고쳐왔다. 내가 서툴게 하는 영어 실력을 보고는 가능하다고 생각했나보다. 물론 그도 서툰 영어라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아무튼 그리해서 나는 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개작 혹은 창작에 가까운 번역을 했다. 사실 시도해도 안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가 필자를 볼 때마다 매달리듯 청을 해온 터라 그냥 외면만 하는 것도 인사가 아닌 듯했다. 물론 그도 시인이고 나도 시인이어서 서로 통하는 것도 있고 어려움도 아는 처지다. 필자가 예빠토리야에서 지내면서 예빠토리야에서 쓴 시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는 그때 자신도 쓴 시가 있다면서 나중에 번역을 해줄 수 있느냐고 했다. 불가능하지만, 영문이 있다면 읽어볼 수는 있겠다고 말했다. 그것이 화근이 되어 필자는 꼼짝없이 그가 써온 영문 시를 한글로 번역해야 했다.
아래 시가 그의 시다. 물론 우리 말에 어울리지 않는 표현들은 억지춘향으로 새로 쓰다시피 했다.
내가 사는 곳
Alexander skiyaruck
그곳에는, 나의 꿈이 있습니다. 내가 항상 다시 찾으려는 그 꿈은 세월과 구름같이 사라져 가지만, 그러나 우리의 도시는 밤·낮으로 기다려줍니다.
나는 본래 예빠토리야(Evpatoria)를 나의 마음, 나의 입술, 나의 영혼을 다하여 노래 부릅니다. 나의 도시는 당신의 가장 중대한 영성의 소리를 경청해주는 세계 제일의 도시입니다.
나는 당신의 바닷가, 분수대에 장미처럼 아르메니아 교회, 대성당, 새로운 도로 위의 집 회교 교회당과 기독교 교회가 성자 아름다움에 매우 가까이 빛나는 머리처럼 가깝다!
고대 역사는 각 돌에 새겨두고 현대적인 소식과 음악 들을 수 있는 나의 도시는 빛나는 이야기가 있는 장소이다
빛나는 태양처럼 행복한 어머니의 미소! 오, 영원히 그대로인 예빠토리야(Evpatoria)! 내가 살아있는 한, 내가 사는 곳 예빠토리야(Evpatoria)는 무한한 세월 속에서 영원하다!
내가 사는 곳에는 의사와 선생님들이 있다 그들은 휴식을 위하여 찾아와 삶에 대해 사색하고 다시 그 기억을 안고 예빠토리야(Evpatoria)로 돌아오고자 한다.
그는 필자에 의해 새로 쓰여진 창작물에 가까운 자신의 시의 몸통을 받아들고 너무나 좋아했다. 고마운 일이지만, 여전히 마음으로 미안하고 미안하다. 물론 그도 앞뒤 정황을 함께 알고 있는 바대로 충분히 설명은 했다. 필자가 그렇게라도 해야 하는 이유는 그도 조국을 잃은 사람이다. 어찌된 사연인지는 모른다. 그는 과거 러시아 군대의 군인으로 근무하며 지내온 자신의 이력을 소개하고 많은 훈장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조상의 나라를 떠난 역사를 나는 모른다. 그는 자신이 태어난 조국에 대해 그리고 그 고장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알리고 싶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런 마음을 필자에게 고백한 적이 있었기에 턱도 없는 짓?(번역)을 필자는 감당해야 했다. 그런 그이기에 예빠토리야에서 벌어지는 각종 소수민족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렇게 서로를 위하는 소수 민족들의 친선대사 노릇을 하고 있다.
고마운 아저씨다. 알렉산드라와 다시 만나 그의 역사를 이야기 듣고 싶어지는 날이다.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예빠토리야는 2500년 된 고대도시다. 그러다보니 이곳을 거쳐간 수많은 민족들의 역사가 공존하고 있고 그 민족들이 소수이지만, 그들의 전통을 살리며 살고 있는 독특한 곳이다. 이제 이곳에 고려인들이 자리를 틀고 있다. 고려인 이주역사 50년이지만, 엊그제 처음으로 독자적인 소수민족 행사를 예빠토리야 시가 주최하여 열렸다. 그리고 각 소수민족들은 형제처럼 서로를 돕고 있다.
이제 우크라이나 각지의 고려인 이야기를 정리하고 나면 예빠토리야의 역사와 소수민족들의 이야기를 정리해볼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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