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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네팔의 시인과 이주노동자를 함께 만나다

by 김형효 2011. 6. 14.

 

 상그릴라(SHANGRI-LA)의 땅, 네팔에서(4)

 

도착 다음날의 전면 파업에 대한 혼란의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좀 더 자세히 사태를 알아보고 싶어졌다. 이전 왕궁은 박물관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도 새로운 헌법이 제정되지 않아 국민의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지인들을 통해 전해들은 말이다. 

마치 폭풍전야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살펴본 네팔 사람들은 휘발성이 약하다. 한쪽에서는 파업으로 정부와 정치 집단을 압박하고 있었다. 그것은 대부분의 네팔 사람들의 생각이기도 했다. 

그러나 각박한 현실은 파업도 가혹하다. 양면의 고통을 겪는 네팔 사람들의 고통을 보여주듯 타멜 한복판의 히말라얀 은행 옆에서는 파업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네팔 민주화 당시 그가 부른 노래, 그가 쓴 시는 네팔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시인 먼줄! 그리고 수원에서 만났던 네팔 노동자들이 화가 비케이 갤러리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산에서 일했고 수원에서 만났던 머니라이다. 그는 지난 2008년 귀국해서 결혼하여 이제 6개월된 아들을 두었다. 아이는 항상 웃는다. 그래서 웃는아이라 별명을 지어주었다.

 

알고 지내던 지인의 사무실을 찾았다. 
그곳은 타멜 중심의 히말라얀 은행 정면에 있다. 인사동 한복판의 중심지 같은 곳이다. 그런데 그 사무실은 문을 닫고 출근을 하지 않았다. 파업 때문이다. 2층 사무실인데, 2층에 맞은편 사무실은 임대를 놓는다고 TO-LET이라는 안내판과 전화번호가 쓰여 있다. 

물가가 치솟은 네팔의 한복판의 임대료가 한국 돈으로 30만원이 좀 안 된다. 공공요금은 물론 생필품 가격도 많이 올랐다. 3년 전의 네팔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물론 한국의 물가오름세에 비하면 나은 편이지만, 네팔과 한국을 맞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가 잡아준 5개반의 강의를 강행중이다. 오전 12시부터 밤 7시 30분까지... 오후 4시부터는 그의 집에서 진행되는 수업이다. 머니라이가 수업을 하고 있다.


네팔의 대형슈퍼마켓에서 본 옥류관 김치 홍보물이다. 김치는 없고 홍보물만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내 나라의 글과 한복을 입은 모습은 기자의 마음을 당겼다.



짧은 시간 네팔의 중심지 타멜과 라짐빳 등을 둘러보았다. 
곧 비케이 갤러리에서 전날 연락을 취한 네팔 이주노동자들을 만나기로 했다. 

그들 대부분은 수원 화서동에서 지내던 사람들이고 수원에서 알게 되었다. 그들은 네팔 동부 코땅 지역의 '라이족'들이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곧 네팔의 유명 시인이며 트리뷰반대학교 비소바사 캠퍼스의 네팔어학과 교수인 먼줄 시인이 왔다. 

먼줄 시인은 전날 전화로 인사를 하고 곧 만나기로 했었다. 하지만 파업 때문에 언제 만나게 될 지 알 수 없었다. 수원에서 만난 네팔인 친구들은 한국에서 인연이 된 다른 지인들과 함께 왔다. 먼줄 시인까지 모두 8명 정도가 좁은 비케이 갤러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들은 먼줄 시인의 고향과도 가까운 지역 사람이라 서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3년만의 만남은 먼줄 시인도 수원에서 만난 친구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가져온 막대커피를 마시며 한참동안 이야기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