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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나가라곳(1932m)에서 히말의 이마를 보았다

by 김형효 2011. 7. 21.

 

 상그릴라(SHANGRI-LA)의 땅, 네팔에서(14)

도르제(25세 네팔예술대 학생)가 찍은 히말라야(2), 나가라곳에서



네팔을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냥 히말라야를 떠올린다. 그리고 조금 더 생각을 깊이하면 가난한 나라라는 사실을 아는 정도다. 
장시간 여행을 할 수 없는 단기 여행자들의 경우 카트만두 인근에서 히말라야를 볼 수 있다. 그곳이 히말라야를 조망할 수 있는 카트만두 인근의 나가라곳(Nagargot, 1932m)이다. 

지난 주말 기자는 나가라곳을 찾았다. 나가라곳에 가는 버스 위에 아무런 거리낌없이 앉아 이동하는 아이들을 보았다. 그들은 무슨 꿈을 꿀까? 어제의 어른들이 그렇게 버스를 타고 태평하였던 것처럼 그들도 태평하다. 버스 위에 올라 산중의 협곡과 들판과 도시와 산촌의 길목을 오가는 것이다. 

위험하고 불안하다.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는 버스나 그런 버스 위에 위태위태하게 올라서 태평한 네팔사람들 그들의 태평한 모습이 경이롭다.



버스 위에서 내린 그들이 담배 한 개비를 나눠 피우며 웃고 떠드는 모습은 그저 어린 시절의 객기로만 보아도 좋을까? 잠시 후 꼴망태를 머리에 인 어린 자매를 보았다. 저 멀리 협곡에 깊은 안개가 자욱했다. 
그렇게 카트만두 박바자르에서 벅터푸르까지 한 시간, 다시 벅터푸리에서 나가라곳까지 한 시간을 갔다. 나가라곳에서 다시 20여분을 걸어 히말라야를 관망하기 좋은 호텔을 잡았다.

호텔 그린벨리였다. 오른쪽으로는 티벳으로 가는 길이 있었다. 나가라곳에서 티벳의 가사(Ghasa)까지 3시간에서 4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곳까지는 네팔인들은 무비자로 오갈 수 있다고 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다. 그러나 라사에 가는 것은 중국 본토에 가는 것처럼 까다롭다고 한다. 

내가 본 히말의 이마, 무엇이 그리 부끄러운지 살짝 이마만 보여주고 다시 구름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네팔의 청년들에게 전해듣는 이야기가 있다. 우스운 이야기다. 
얼굴이 티벳인과 닮은 네팔 사람들은 가사까지도 못간다는 것이다. 기자와 함께 간 람타다(27세, 화가, 네팔 예술대 학생)도 가사에 가려다 제지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어머니 품속 같은 지형의 드넓은 벌판이 호텔 그린벨리 아래로 펼쳐진다. 멀리 강과 산이 어우러져 있다. 군데군데 산야에 황토빛 흙이 비쳐진다. 반가운 흙빛이다.

아쉬운 일이다. 사람의 이마처럼 많은 히말라야를 빗대어 히말의 이마란 표현한 것이다. 히말의 이마를 볼 수 있다는 나가라곳에서 너무 좋은 날씨 탓에 히말라야를 보지 못한 것이다. 하룻밤을 묵어 다음날 아침에 히말의 이마를 보고자 했다. 아주 넓은 범위에 히말의 봉우리들을 볼 수 있다는 곳이다. 

날씨가 너무 좋으면 깊은 계곡에 습기가 햇빛을 받아 증발하면서 구름이 되어 피어오른다. 그리고 그 구름들이 산등성을 굽이돌아 카트만두 시내로 향한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카트만두에는 밤낮 수시로 비가 내리는 것이다. 수많은 산봉우리에 흰 구름이 걸쳐진다. 그 구름 너머에서 히말이 고개를 내미는 시간은 찰나다. 기자는 잠시 한 히말의 이마를 보았다. 그리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도르제가 찍은 히말라야(1), 나가라곳에서



하는 수없이 기자가 아는 나가라곳의 예술대 학생(도르제 25세)에게 그가 사는 마을인 나가라곳의 풍경을 수시로 찍은 사진 자료를 받았다. 
그리고 그의 집에서 찌아를 한 잔 마신 후 그가 그린 그림을 샀다. 그를 격려하기 위해 산 것이다. 그와 나마스떼!라고 인사를 나누었다. 네팔화가 람타다와 14킬로미터를 걸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