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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한국에서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by 김형효 2011. 8. 23.

 

 상그릴라(SHANGRI-LA)의 땅, 네팔에서(25)

 

손님을 맞이하고 충실한 안내를 위해 기자는 한 달 전쯤부터 세밀한 계획을 세우고 준비했다. 기자와 20여년 전부터 알고 지내온 김판용 시인과 친구분이 함께 오는 것이다. 

기자가 네팔과 인연을 맺은 지 8년 그동안 몇몇 지인이 찾아왔지만, 오랜 인연을 가진 사람들은 아니다. 모두가 소중한 인연이지만, 가까이 지내온 분이 온다는 것에 어쩔 수 없는 설레임에 준비가 철저해야한다는 생각이 긴장감을 더했다.

더구나 결혼을 앞둔 사람에게 최초로 기자의 지인을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될 예정이었다. 
기자는 오는 12월 네팔에 한국문화센터를 열고 개소식 이벤트로 한국전통혼례를 계획하고 있다. 기자와 결혼할 사람은 네팔의 한 텔레비전 방송사 리포터다. 나중에 그녀와 그녀가 근무하는 텔레비전 방송사를 취재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아무튼 지난 6일 네팔을 찾은 김판용 시인과 친구분을 모시고 히말라야를 보고 네팔의 주요문화유산들을 둘러보고 있다. 당분간은 그분과 함께한 네팔의 주요 유적과 히말라야의 풍경들을 소개하게 될 듯하다. 다시 신들의 영역인 힌두와 불교의 경전을 읽어가듯 여정을 살펴봐주시길 소망한다.

기자는 반가운 인사를 위해 기자의 지인인 날바하두르 비케이(Narbahadur B.K)와 람 브한다리 타다(Ram Bhandari Thada)가 함께 공항에 마중을 나갔다. 
그들은 스님들이 불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각별한 애정을 표하는 데서 유래했다는 카다(Khada)를 준비했다. 카다는 노란색 천인데 네팔인들은 멀리 떠나가는 가족이나 손님 그리고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카다를 목에 걸어준다. 

카트만두 트류뷰반 국제공항이다. 어느 나라 공항과 다름없이 입국자와 환영객들로 붐볐다.

 

사진 오른쪽이 김판용 시인이고 왼쪽은 시인과 함께오신 친구분이시다.

기자가 처음 네팔을 찾았을 때도 카다를 걸어주는 네팔 사람들을 만났다. 누군가에게 축원을 하고 축원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진정 흐뭇한 일이다. 아마 두 분의 한국 손님들도 그런 기쁜 마음으로 카다를 받아들였으리라 믿는다. 정오의 뜨거운 햇살이 내리 쪼이는 카트만두 트리뷰반 공항에서 기자는 1시 30분쯤 일행을 맞았다. 

네팔의 희망을 안고 있는 두 젊은 화가가 카다를 걸어주었다. 곧 공항의 기억을 위해 기념 촬영을 했다. 곧 기자의 집에서 선물 보따리를 정리한 후 첫날을 보낼 호텔로 이동해서 여행계획을 설명하고 첫 번째 여행지인 수웸부를 향했다. 수웸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하나로 중요한 불교문화재 중 하나다. 수웸부로 가는 길은 주말의 혼잡을 몰고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세계문화유산 중의 하나인 수웸부를 오르는 사람들 모습이 진지하다. 명상하듯 걷고 있다.

수웸부에서 내려다본 카트만두 전경이다.

카트만두 시내가 한 분에 내려다보이는 수웸부 정상에 오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입구에는 수많은 차량들이 즐비해 있었고 근처에는 노점상이 제법 규모있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안내를 위해 수웸부를 찾은 본인은 세 번째이지만, 5년 전에 찾은 적이 있다. 원숭이 일가와 어린 소년, 소녀들 구걸하는 엄마와 아이, 염원을 안고 수웸부의 높은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 제각기 사연을 만들며 올라가는 세상이란 생각이 불현듯 머리를 스쳐갔다. 

정중동, 무심은 불심과 만나고 불심은 또 혼탁한 세상과 만났다. 숫타니파타도 옴마니반메홈도 나무관세음보살도 읊조리며 한 계단 한 계단 올랐다. 그렇게 세월의 나이테를 만들며 허망을 길러온 사람이다. 이제 수웸부 정상에서 세상의 빛과 어둠이 내 몸통과 영혼의 빛 그리고 어둠과도 닮아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저 멀리 카트만두의 한 방향에서 구름이 삽시간에 장대비를 몰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