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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상그릴라(SHANGRI-LA)의 땅, 네팔에서(29)

by 김형효 2011. 10. 10.

 

파수파티는 생성과 소멸의 신, 시바의 사원

  

생멸을 함께하는 것은 모든 살아있는 것의 일이다. 그것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숙명인 것이다. 파수파티(Pasubhati)는 네팔에 존재하는 힌두교 최고의 성지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힌두교 하면 소를 숭배하는 것으로만 이해한다. 그러나 힌두교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다신교의 전통을 여전히 이어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네팔 시내를 활보하며 시주를 받는 시바의 사제들이다. 그들의 활보는 위화감을 느끼게 했다.


파수파티는 생성과 소멸의 신인 시바의 사원이다. 시바 신은 힌두 신(神)의 하나로 이 세상을 주관하는 천지 만물을 소생하게도 하고 멸하게도 한다. 생이 없으면 멸이 없고, 멸함없이 생이 없다는 우주관은 힌두 신중 시바에게서 찾아지는 것이다. 지금 인도나 네팔은 시바 신을 추종하는 많은 성자들이 거리를 누비고 있다.

황색 상하의를 입은 그들이 맨발의 성자가 되어 거리를 누빈다. 그들이 거리를 누빌 때 멋모르는 이방인은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사실 파수파티는 네팔인들보다 힌두 신앙심이 더 깊은 것으로 이해되는 인도인들이 대규모로 찾아오는 성지이다. 인도인들이 파수파티를 찾을 때면 파수파티 인근의 거리는 교통 체증에 시달릴 정도다.
네팔인과 인도인의 입장만 허용되는 신전이다. 물론 힌두교 성자라는 증거가 되는 사람에게도 입장은 허용된다. 맨발의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사실 오랫동안 네팔을 찾았으면서도 이해하기 어렵던 그들의 종교는 다신교다. 힌두교의 신은 돼지도 소도, 개도, 뱀도, 아니 우리가 모르는 생명들까지 다양하다. 특히 채식주의자들이 소의 젖인 우유를 신의 선물이라면 먹는 것은 이채롭다. 화가 비케이의 부인인 빠루(Paru, 27세)도 채식주의자인데 신의 선물이라며 어미 소의 젖인 우유는 먹는다. 그는 덧붙이기를 소는 어머니와 같다고 했다.

힌두교 속에서 '옴 샨티'를 외치며 채식을 주로하는 '옴교'가 있다. 우리에게는 일본에서 테러를 하던 옴 진리교가 떠오르는 이름이지만, 전혀 다르다. 옴을 외치며 평화를 주장하는 사람들로 그 누구에게도 어려움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종교적 전통을 갖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실천이 현대인들의 문화와 괴리가 심해 불편을 주는 경우가 많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힌두교 성지인 파수파티에서 한 네팔인이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불편을 주지 않으려는 그들의 배려는 인간관계에서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오고가는 문화를 거부하게 하기 때문이다. 드나듦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파수파티에는 많은 신도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한 사원 입구에 많은 신자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맨발의 신자들이 즐비했다. 한쪽에는 신도들을 위한 신발을 받아주는 곳이 있었다. 우리도 입장을 시도했다.

알고 보니 힌두교 신자만이 입장이 허용되는 곳이었다. 힌두교 신이 아니라도 네팔인과 인도인은 신발을 벗고 입장할 수 있었다. 그곳은 철저히 봉쇄되어 사진촬영도 허용되지 않았다. 입구에서 안을 들여다보니 커다란 소의 모형이 있었다. 동 구조물로 만들어진 소는 많은 신도들의 손길로 인해 빛나게 반짝이고 있었다.
살아있는 동물이다. 우리에게는, 그러나 인도인과 네팔인, 힌두교 신자들에게는 어머니와도 같은 엄연하게 살아있는 신이다.
신과 소 그리고 살아있는 시바의 화신들이 신도들 그리고 이방인이 살아 움직이는 파수파티는 장례절차를 진행하는 곳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세계 최대의 장례식장이다. 파수파티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중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