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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내가 쓰는 시

명상적 사색

by 김형효 2008. 11. 23.

오늘 아침은 한 걸음을 걸었다.

천년 전에 나의 할아버지 한 분이 그렇게 걸었으리라!

아니 이천 년 전에 나의 할머니께서 후손들을 위해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하다 걸음 걸었던 할 걸음이리라!

 

내가 한 걸음을 옮겼더니 저만치 하늘도 한 걸음 물러서면서 꼭 나를 안아주었다.

아마 저만치 천년 세월 이천년 세월 이전에 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동행하시는 것 같다.

나의 등 뒤로 구름 한 점과 하늘이 한 걸음 물러섰다.

 

사람은 날마다 저 하늘을 우러러보고 한 걸음 한 걸음 삶의 길을 내딛는다.

저 무리지은 새들처럼 사람들도 그렇게 그렇게 무리를 지어 살아가고 있다.

거기 무리지은 것만으로 중요한 철학을 간직하여도 좋을 공동체!

 

나무들이 나에게로 다가온다.

내가 한 걸음 앞으로 걸어나갈 때

꽃들이 나에게로 다가온다.

내가 할 걸음 앞으로 걸어나갈 때

 

한 걸음씩만 두 걸음씩만

걸음만큼씩만

그렇게 걸음만큼씩만 

다가오고 멀어지는 진리에 가닿으면서 살아갈 수 있다면

아마도 하늘아래 세상은 평화로우리! 

 

나는 나의 걸음만큼씩만 곧게 살아가리.

나는 나의 걸음만큼씩만 바라고 보리.

 

저 하늘아래 저 하늘 후에

나의 할아버지가 나의 할머니가

이천 년전에도 삼천 년전에도 바라보았던 눈빛을 기억하고 있을 하늘!

그 하늘이 내 어진 마음까지 들여다 볼 것이니

그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아온 하늘이 나를 보고 있을 것이니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눈빛을 저 새들도 느끼리.

내가 보듯 그 때의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저 새떼들을

저 새떼들을 보는 내 눈빛을 보고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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