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다 섯 장으로 정리하는 지난 며칠 동안~!
고향의 정기가 어린 봉대산 정상에서
한 바퀴 눈길을 돌려 발 밑의 뿌리를 살펴보듯 찬찬히 바라보았다.
고향을......,
고향의 한 마을을 카메라에 담으며
다시금 도심을 둘러치는 아파트와 대별되는
저 아늑하고 평화로운 성지(聖地)같은 고향의 한 마을을 바라보았다.
저 마을은 우리 모두의 씨앗을 티운 자리다.
이제 저 마을은 나무가 자라듯 사람이 커가듯
사람을 낳고 그 사람들이 대처에서 앞 길을 가도록 든든한 받침이 되는 텃자리다.
초가집 지붕에서 녹아내리는 고드름과는 다른 정취지만,
충분히 겨울 초가 못지않은 시절을 회상하게 하는 고즈넉함은 있다.
어찌 저런 평화로움을 도심에서 느낄 수 있겠는가?
어린 날의 고향 마을을 품고 돌아온 느낌이다.
나의 시골집 앞에 이웃집 지붕에 쌓인 눈,
저 멀리 해질녘의 뜬 구름이 마실을 떠나는 듯하다.
눈을 이고 있는 푸른 마늘,
나를 키운 고향 마을이다.
저 멀리 아래 바라보이는 들판은 어린 시절에는 푸른 바다였다.
나의 유년을 키워온 바다는 숨을 죽이고 곡식을 키우는 들판이 되었다.
안쓰럽고 답답하고 바다를 지켜 주지 못한 마음이 허하다.
수 차례 드나들이 하는 잿등이다.
저 잿등은 나의 한 걸음 한 걸음의 기억을 알고 있다.
아마도 내 걸음의 리듬을 따라 날 다독이고 날 바라보았을 것이다.
마치 어머니처럼 아버지처럼 심장의 리듬을 기억해주고 있을 것이다.
이번에 내가 걸음 걸어 저 등을 넘을 때는 내게 무어라 말을 건넸을까?
아이의 아장걸음 때부터 지금의 보행까지 그리고 또 훗날의 어느날에도......,
이제 한달 후면 나는 우크라이나로 떠난다.
모국어를 이방의 낯선 사람들에게 가르치기 위해서다.
나는 저 잿등을 바라보며 약속 같은 것을 해본다.
바르게 그들을 배워서 그들을 배운 만큼
고스란히 정직하게 되돌려 배움을 남기고 오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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