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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내가 만난 세상 이야기

김대중 대통령 추모 헌정시집 '님이여,우리 모두가 하나 되게 하소서' 출간

by 김형효 2009. 12. 19.

 

 김대중 전대통령 자작시 4편 최초 공개 주목

   
자작시외에 작품해설·추모그림·추모판화·추모서예 작품 수록
국내 대표 시인 157명 인생의 사표 인동초의 삶 형상화 이채

 
 

故 김대중 전대통령(1924∼2009)의 자작시 1편과 시조 3편 등 4편이 최초로 공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시집 발간위원회가 인간 김대중, 정치인 김대중에 대한 이 땅의 대표시인 157명과 작가, 화가, 서예인 등 문화예술인 162명의 추모 헌정시집 '님이여, 우리 모두가 하나 되게 하소서'가 그것.

 

추모 헌정시집에는 DJ의 생전 삶과 자취가 스며있는 자작시 외에도 이승철 시인(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총장)이 상세하게 분석한 작품해설을 비롯해 판화가 류연복, 서예인 여태명 교수(원광대 미대)의 추모그림, 추모판화, 추모서예 작품이 수록됐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즐겨 쓰시던 휘호 '행동하는 양심', 그리고 DJ의 출생부터 서거까지 생애 중요한 인생역정을 담은 각종 사진(사진 제공 김대중 평화센터)이 추모시와 함께 수록돼 DJ의 삶과 정치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다.

수록시편에는 이 땅의 시인 157명이 5차례의 죽음의 고비와 6년간의 감옥살이, 55차례의 가택연금과 10년간의 망명생활 등 DJ 전인적 일생을 조망해내고, 그가 유언으로 남긴 이 땅의 민주회복과 한반도 상생평화 등을 시작품속에 투영해내고 있다.

한국문단의 최원로 시인인 이기형(92) 옹과 우크라이나  김형효, 연변 거주 리순옥, 캐나다 거주 강미영 시인 등이 참가한 DJ 추모시집은 우리 인생의 사표로서 인동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지역 출신으로는 문병란 리명한 이성부 이시영 서정춘 김준태 김종 황지우 나종영 이은봉 나해철 박주관 김기홍 박두규 김선태 강경호 김규성 박관서 김성호 최기종 고성만 서애숙 함진원 안오일 시인, 시인인 김재균 국회의원 등이 참여했다.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역임한 소설가 현기영씨(한국작가회의 상임고문), 김영현씨(한국문학평화포럼 회장·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의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회고담도 수록됐다.

 

문학평론가 황현산 교수(고려대 불문학과)는 추천글에서 "DJ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을 뿐만 아니라 시인공화국의 지도자였으며, 이 점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DJ의 말과 그 말을 가능하게 한 신념은 이 땅에서 자라나는 시의 영감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12월 15일 출간된 추모시집 "님이여, 우리들 모두가 하나되게 하소서"

 

다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작시 '내 마음의 눈물' 1편과 시조 3편 등 4편 전문.

 

내 마음의 눈물 외 3편
―1973년 7월 10일, 미국 시애틀행 비행기 속에서

 

내 마음의 눈물은 멈추지 않는구나
자유를 갈망하는 동지들의 신음소리가
남산과 서대문에 잠겨 있고
마산 의거탑이 검은 두건을 쓰고
수유리 영령들이 통곡하고 있는데
내 마음의 눈물은 어이하여 멈추지 않는가

내 마음의 눈물은 멈추지 않는구나
굶주린 아이들이 교실마다 넘치고
메마른 여공들이 피를 토하고
꽃다운 어린 딸들의 육체를 갉아먹는데
내 마음의 눈물은 어이해 멈추지 않는가


세월이 오며는
―1973년 6월 16일, 미국 댈러스행 비행기 속에서

1.

세월이 오며는 다시 만나요
넓고 큰 광장에서 춤을 추면서
깃발을 높이 들고 만세 부르며
얼굴을 부벼댄 채 얼싸안아요

 

2.

세월이 오며는 다시 만나요
눈물과 한숨은 걷어치우고
운명의 저줄랑 하지 말 것을
하나님은 결코 죽지 않아요

 

3.

세월이 오며는 다시 만나요
입춘의 매화가 어서 피도록
대지의 먼동이 빨리 트도록
생명의 몸부림을 끊지 말아요

 

옥중 단시
- 1982년 청주교도소에서

 

면회실 마루 위에 세 자식일 큰절하며
새해와 생일하례 보는 이 애끓는다.
아내여 서러워마라 이 자식들이 있잖소.

 

이 몸이 사는 뜻을 뉘라서 묻는다면
우리가 살아온 서러운 그 세월을
후손에 떠넘겨 주는 못난 조상 아니고저.

 

추야장 긴긴 밤에 감방 안에 홀로 누워
나라일 생각하며 전전반측 잠 못 잘 때
명월은 만건곤하나 내 마음은 어둡다.

 

둥실 뜬 저 구름아 너를 빌려 잠시 돌자
강산도 보고 싶고 겨레도 찾고 싶다.
생시에 아니 되겠으면 꿈이라면 어떨까.

 

지난겨울 모진 추위 눈물로 지샜는데
무정한 꽃샘바람 끝끝내 한을 맺네
우습다 천지이치를 심술편들 어쩌리.

 

내게도 올 것인가 자유의 기쁜 날이
와야만 할 것인데 올 때가 되었는데
시인의 애타는 심정 이내 한을 읊었나.

 

가족이 보고 싶다 벗들이 보고 싶다
강산도 보고 싶고 겨레도 보고 싶다.
그렇다 종소리 퍼지는 날 얼싸안고 보리라.

 

봄비는 소리 없이 옥창 밖을 나리는데
꼬록꼬록 낙수소리 밤의 정적 깨는구나
만상이 새봄이 왔다고 재잘대는 소리인가.

 

망각의 뜰에도 봄은 찾아오는가
진달래 개나니 나비도 쌍쌍이네
묶인 몸 한 많은 세월 너와 같이 살리라.

 

저기 오는 저 구름아 북풍 따라 온 구름아
무슨 소식 가졌기에 하그리 바삐 온가
지난 밤 꿈자리 사나 가슴 설레 있는데.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 있고
범에게 물려가도 살아오는 길이 있다.
이 겨레 반만년 의지 이 말 속에 담겼다.

 

주님의 손목 잡고 만당원정 하닐 적에
눈물은 강이 되고 한숨은 뭉친 구름
언제나 이 한을 풀고 기쁜 날을 살거나.

 

인제 가면
- 1982년 12월 23일, 미국 망명길 출국을 앞두고

1.

잘 있거라 내 강산아 사랑하는 겨레여
몸은 비록 가지마는 마음은 두고 간다
이국 땅 낯설어도 그대 위해 살리라.

 

2.

인제 가면 언제 올까 기약 없는 길이지만
반드시 돌아오리 새벽처럼 돌아오리
돌아와 종을 치리 자유종을 치리라.

 

3.

잘 있거라 내 강산아 사랑하는 겨레여
믿음으로 굳게 뭉쳐 민주회복 이룩하자
사랑으로 굳게 뭉쳐 조국통일 이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