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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장기 국외체류자의 귀국 소감 2

by 김형효 2011. 4. 23.

 

 

물가고에 시달리는 사람들 만남이 두렵다

귀국 후 연속되는 반가운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한 시도 쉴 틈이 없이 바쁜 날들이다. 대전 찍고, 서울 찍고 그리고 수원, 아산, 전주, 광주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의 거리들이다. 그런데 사람이 사람을 만나며 두려워지는 가혹한 현실이다. 2년의 공백은 결코 길기만 한 것은 아니란 것이 필자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직접 부딪히며 느끼는 물가고는 만남자체를 두렵게 할 지경이다. 

우리네 정서가 사람과 사람이 오랜만에 만나면 일상처럼 술잔을 기울이고 삼겹살을 굽는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는 먼 곳을 떠나온 사람을 맞이하는 일이다. 그래서 눈치없이 이 현실을 외면하고 만나자고 하기가 두렵다는 것이다. 

내가 한국을 떠나 있던 2년동안 일상으로 솟구치는 물가를 바라보며 경험하고 산 사람들은 어떠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해도 너무한다 싶은 것이 2년의 공백을 가진 사람의 생각이다. 서민의 삶이 어찌되던 국가의 대부분의 정책은 부자로 사는 사람, 가진 자들을 위한 노골적인 정책들로 가득하다. 상대적으로 서민을 대변한다는 정당들은 맥을 못추고 그저 개점휴업인 것처럼 그 꼴(?)을 방관하고 있는 느낌이다. 사실상 분노도 유치해지는 망각의 시간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수원역 앞 네팔레스토랑 필자와 가깝게 지내던 네팔인 라이가 운영하는 까섬(KASAM)네팔 레스토랑이다. 식당을 시작하도록 조언을 했던 그와 반갑게 만났다.



2년전 2700원에서 2800원이면 오가던 거리에 4800원의 택시요금이 나왔다. 기본요금이 500원에서 600원 올랐다. 대부분의 서민과 상관없는 주가가 노무현 정권 1800대에서 2000원선을 초과했다고 성장위주의 정책을 잘 추진해서 인냥 하는 정책당국자들의 면면을 보면 차라리 댓거리가 싫어진다. 더구나 며칠 전에는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고 주택시장을 활성화한다는데 누구를 위한 짓인지 알 수가 없다. 

지금 돈놀음 같은 주택정책을 펼치는 당국자들은 제3의 나라 사람들인 것처럼 서민경제의 속사정은 바라볼 생각도 없는 것이란 생각이다. 그저 시장통에 놀음처럼 악수를 하면서 서민을 위한 냥 하는 태도는 경멸스럽기까지 하다. 모처럼 만난 형제들도 벗들도 편하게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란 말이 나오지 않는다. 기본적인 소통 시스템조차 사라져버렸다는 생각이다.

안타깝다. 찬양할 수 있거나 감당할 수 있었으면 좋은 정책을 지도자란 사람들에게 바라는 것은 무리한 짓인가? 택시 안의 이야기, 술자리의 이야기가 버거운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할 말이란 생각을 하고 보면 분명 지금은 분노가 가득한 시절이다. 

안양시 석수시장 거리 모습 페이스북에서 알게된 화가 김봉준 선생이 '얼숲' 사진전을 열고 있는 석수시장거리다. 예술의 소통은 강조되고 있지만, 정치를 이끄는 지도자들은 국민들의 서늘한 현실을 외면하고 소를 몰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국외자로 살면서 내 나라 사람들의 능력과 삶을 열어갈 수 있는 힘에 경이로운 생각을 했다. 그러나 리더의 부재와 잘못된 리더들의 행태가 나라 사람들을 불행으로 엮어가는 현실에 다시 분노한다. 진정을 지키며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안다. 그러나 외교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보며 마치 제3의 나라 사람인 듯 느꼈던 적도 있다. 그런데 우리의 지도자들을 보면 그들도 제3의 나라 사람들처럼 행세하는 것으로 보여 가슴시리다. 

내가 바라보는 이 현실을 바라보는 몹쓸 눈이다. 보기 싫다고 안 볼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그러나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들은 지금 현재에 나라를 움직이는 강제력의 면모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행을 안고 사는 사람처럼 분노가 일고 있다. 지금 우리의 21세기가 후진하고 후진해가는 형국이다. 

 

 

대전 시내를 걷는 시민들 시민들의 어깨에는 쓸쓸함이 묻어난다. 안타깝고 안타까운 현실이 현실을 밀어내는 고통을 줄일 수 있기를...



국외자 2년,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의 반가움을 느낄 여유를 잃었다. 
낯설고 불편한 나라의 현실은 서민들에게는 오뉴월에도 서릿발로 가득한 것처럼 냉혹하다.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는 말로 위안을 삼는 현실이어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