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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작은 화면 안에 갇혀버린 사람들

by 김형효 2011. 4. 23.

 

하루 20초만이라도 똑바로 서자

 

귀국하고 한 달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종횡무진 바쁜 발걸음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 동안 1차례의 라디오 인터뷰와 2차례의 강연을 했다. 라디오 인터뷰는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는 고려인 동포들의 삶과 그곳에서의 느낌을 묻는 KBS 한민족방송국의 '고려인 이야기'라는 프로그램이었다. 25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고려인에 대한 관심으로 이해되어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문학회 강연 대전의 한 문학행사에서 우크라이나에 고려인들의 삶에 대한 짧은 소개의 시간을 가졌다.



첫 강연은 대전의 한 문학회에서다. 2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문학을 통해 삶을 투영하고 있는 작가들의 관심이 고마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전의 한 대학에 공연영상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2시간의 강연은 필자가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심각성을 정면으로 다룰 수 있는 기회였다. 
인간 존중의 모습이 점차 사라져가는 현실에 대한 경각심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을 피력한 자리였다. 시류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외면되고 있는 인간이 지켜야할 덕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강연의 서두와 말미에 기자는 하루 20초만 투자하여 학생들의 부모에게 바른 자세로 서서 눈을 마주하고 인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당부를 했다. 2년의 짧다면 짧고 길면 길었던 해외생활 이후 한국의 풍경은 작은 화면 안에 갇혀버린 것처럼 보였다. 
요즘 세상의 모든 것들이 경제 논리에 파묻히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사실 어제 오늘의 화두는 아니지만, 그것이 가속화 되어 가고 있고 그 부작용은 인간의 기본질서의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ㅂ'대학 공연영상학부 강연 대전의 모 대학에서 2시간여 동안 인간이 갖추어야할 덕성에 대하여 강의를 했다.



모두가 잠시 멈추자고 선언이라도 하길 바란다. 사실 이 말이 얼마나 허무맹랑하게 들릴지 안다. 그럼에도 현실은 비극을 향해 치닫는 것만 같다. 부모와 자식, 형제와 벗 그리고 스승과 제자 세상의 모든 관계망이 하나의 전투를 위해 소비되는 관계로 전선을 형성한 느낌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멈추자라고 말하고 싶다. 

국내적으로 대형 국책사업이나 대형 아파트 단지의 건설 등은 잠시 멈춤을 선언했으면 좋겠다. 
그저 돈키호테의 망상 같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반드시 그리되었으면 한다. 단 1년이라도 아니 2~3년이라도 멈추어 생각을 정리하고 가는 대한민국이었으면 한다. 사실 80년대 이후 증가하기 시작한 아파트 단지의 건설은 90년대 들어 신도시 개발로 그 규모를 확대하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규모 건설사를 위한 도시 개발이 국민 일반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고 있는가를 국민 모두가 각성하는 기회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집이 많아지고 있지만 집 없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는 이 기형적인 도시개발과 아파트 건설을 대체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대전 시청에서 바라본 시내 모습 현대의 한국의 도시는 아파트다라고 말해도 될 것이다. 그런데 아파트가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하나. 그냥 소외세력이라 해도 되는 현실이다.



스마트폰과 DMB폰을 이용해 멀고 먼 세계도 보고 자신을 더 깊이 바라보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소통의 장인 스마트폰과 DMB폰 등 다양한 정보화 매체의 등장으로 한 발 앞은 못 보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삶의 방편을 위한 필요를 위해 삶을 탕진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면도 드러내는 것 같다. 정말로 소중하게 바라보아야할 대상들을 놓치게 만드는 느낌말이다. 필자의 느낌이 그저 느낌이라고만 한다면 더 이상 사족을 더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길고 긴 걸음을 걷다보면 사색도 길어지는 경험을 많이 했다. 히말라야를 걸으며, 우크라이나의 낯선 거리를 걷고 또 걸으며......, 어린 날 바닷가 백사장과 갯벌을 밟고 걸을 때도 사색은 깊었고 그 사색은 지금도 삶을 풍요롭게 보듬어주는 향기로 남아있다. 그래서 각종 정보매체에 종속되어 가는 듯한 인간의 모습에 씁쓸한 생각이 많이 든다. 더구나 우리가 근 10여 년 동안 그들 정보통신기기를 생산하는 기업에 종속적으로 경제행위를 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수원에 거주하는 네팔인들 서로 다른 성씨와 다른 지역에서 온 그들이지만, 함께 어울림을 자연스럽게 우리들의 예전처럼...



그들의 경제 운용 방식이 우리를 더욱 종속적으로 몰아가는 토대에서 발전해나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사실 우크라이나에서 지내며 휴대폰 가격과 이동전화요금이 우리와 다르게 저렴한 것을 보고 놀랐다. 우리는 어려운 경제적 현실 속에서도 정보만능처럼 과잉정보의 그늘에 파묻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과잉 생산된 정보, 정보화기기 생산업체의 유지비용을 일반 서민들이 감당하고 서민들의 역량이 소비되는 현실같아 안타깝다. 

현 시대의 발전이라고 하는 것들이 일반 서민들에게는 악귀같이 인간의 삶을 황폐화 시키는 노릇을 하고 있다. 이래저래 안타까움이 넘쳐 가장 중요한 산업요소들에 대한 거부감이 증폭되고 있다. 잠시 멈추고 사색하자. 그리고 한 발 앞을 보고 손잡을 사람 손잡고 바라볼 사람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감상적이라도 지금은 그것이 미덕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