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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내가 쓰는 시

모 월간지 겨울호 특집 원고 청탁을 받고 쓴 시작 후기

by 김형효 2008. 11. 8.

***1997년 첫 시집을 내고 처음으로 받아본 특집 원고 청탁이다.

     즐겁다. 그러나 기쁘다고 자랑삼고 싶지도 않다.

     이런 일들이 나를 특별하게 변화시킬 일은 아니다.

     무거운 책무에 값해야 할 것들이 늘어난 것이다.

     세상을 살아갈 노잣돈을 많이 들여야 하는 일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그 즐거움을 숨기고 싶지도 않다.

     천천히 내가 내 길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끈을 놓아준 것으로 생각하고 더욱 찬찬히 길을 갈 것이다.

 

     설익은 자의 허망을 안다.

     어렵사리라는 것도 안다.

     그저 그저 주변을 머뭇거리며 살펴볼 줄 아는 그런 눈빛으로 살고 싶다.

 

     사람들은 나를 살게하고

     사람들은 나의 채찍이다.

     그래서 그들은 내가 사랑할 모든 것들이다.

 

시작노트



넋을 놓는다. 시시때때로......, 그것은 나를 살리기 위한 방편이다. 자본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놓치게 되는 사람들, 나는 우격다짐에 능해서 그 빠른 속도를 외면하기 바쁘다. 깨지고 터지는 것은 나뿐임을 어느 순간부터 알아차렸다.


하지만, 어쩌랴~! 그 속도의 끈을 붙잡고 싶지 않다. 나는 대신 사람을 잡는다. 그러나 나의 바람과 상관없이 그 속도를 좇느라고 나를 놓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허망처럼 놓는다.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놓는 것도 그가 놓는 것도 아닌 자본의 속도에 사람들이 블랙홀에 빠져들어 가듯 빠져들어 가는 것이다. 나는 그 블랙홀의 기운을 느끼고 좀 더 멀리 멀리 도망을 친다. 그래서 홀로 비겁하다.


지만 나는 몹쓸 사색으로 그런 아픔에 대한 앙갚음을 다짐한다. 그 앙갚음은 내가 쓰는 글들이다. 그러나 그 앙갚음에 내가 다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충격을 세상을 위해 바치고 싶다. 그러나 나의 힘이 미약하여 그 중심의 바깥만 빙빙 도는 처지다. 가련하다.

 

어쩌랴~! 이도 저도 놓치고 둥둥 뜬 부표처럼 삶의 근저에서 두리번거리다 갈까 두려움이 스멀거린다. 하지만 나는 그 두려움을 외면하기 위해 끝없이 멍청해지는 길을 택한다. 마치 스스로가 신성이라도 된 것처럼 위장한다. 그러면 될까? 아니란 것도 알아차렸다. 이제 어쩌지......,


결국 사람이다. 먼발치에서라도 사람의 기운에 가닿을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아니 그림자라도, 그도 저도 아니면 기억 속에서라도, 안타까운 발버둥이라도, 내가 사람으로 사는 동안의 기억은 아름다웠다고 말 할 수 있는 동안에는 나는 행복하잖은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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